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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 169회 - 소록도 한센병의 진실, '아이도 무덤도 없던 섬'의 비극

by farmer issue 2025. 4. 6.

2025년 4월 3일 SBS에서 방영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69회는 단순한 과거 재조명이 아닌,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인권의 거울을 들이대는 시간이었습니다. '낙인-아이를 가질 수 없는 섬'이라는 부제로 방영된 이번 회차는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의 삶과 고통을 통해 우리가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했습니다.

 

소록도에는 아이도, 무덤도 없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우리 역사의 그림자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 꼬꼬무 169회 방송 정보

  • 방송일: 2025년 4월 3일(목) 오후 10시 20분
  • 방송사: SBS
  • 출연진(리스너): 장도연, 장성규, 장현성
  • 재방송: SBS Plus 및 wavve, TVING 등 주요 OTT 플랫폼에서 다시보기 제공 예정

SBS '꼬꼬무'는 매주 목요일 밤, 잊혀졌던 그날의 이야기를 되짚어보며 역사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전하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입니다.

🏝️ 소록도,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섬'의 실체

소록도는 일제강점기부터 한센병 환자들이 강제 격리되며 살았던 섬입니다. 최대 6천 명에 이르는 환자들이 국가의 통제와 사회의 차별 속에서 고립된 삶을 살아야 했고, 그들 대부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조차 부정당한 채 존재조차 지워져 갔습니다.

 

방송은 이들이 겪은 생생한 기록을 토대로, 단지 의료 목적이 아닌, 체계적인 억압과 통제가 어떤 방식으로 작용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아팠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허락된 삶은 철창 너머의 세상이었습니다.

🔒 강제 불임과 생식권 박탈, 말할 수 없는 인권 유린

가장 충격적인 진실 중 하나는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에게 강제적인 생식 통제가 이루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 남성 환자들에게는 정관절제 수술
  • 여성 환자들에게는 강제 낙태
  • 임신 시 출산은 허용되지 않고, 유산 유도

환자들은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부모가 될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살아야 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단지 옛날의 정책이 아닌, 명백한 인권 침해였으며 국제사회 기준에서도 중대한 위반 행위로 간주됩니다.

 

환자들이 서명해야 했던 '환자심득서'라는 규칙서의 마지막 조항은, "학술 연구를 위해 시체 해부가 필요한 경우 이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죽음 이후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붉은 벽돌 건물, 포르말린 유리병 122개가 전한 공포

방송 중 등장한 포르말린 유리병 122개는 소록도의 실체를 상징하는 강렬한 장면이었습니다. 병 안에는 정체불명의 조직이나 태아, 장기 등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담겨 있었고, 이름도, 설명도 없는 채 방치돼 있었습니다.

 

이 유리병들은 단순한 의학 표본이 아니라,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한 이들의 마지막 흔적이었으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이들을 무시하고 외면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당시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은 세 번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첫 번째는 한센병 발병 시, 두 번째는 해부실에서의 해부, 마지막은 신체마저도 화장해 버리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습니다.

 '수탄장'이라는 재회의 장소, 그러나 감정은 단절되었다

'수탄장'은 소록도 내 유일한 가족 면회 장소였지만, 한 달에 한 번, 단 1시간, 2미터 거리, 접촉 불가라는 조건 속에서 이루어진 극히 제한된 만남이었습니다. 손도 잡을 수 없는 거리에서 부모와 자식은 마치 감옥에서의 접견처럼 서로를 바라만 봐야 했고, 이는 정서적 단절을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방송에서는 한 아들의 이야기가 소개되었습니다. "우리 어머니께서 저를 이제 보유원에 뺏기고 나서 3년은 웃지 않았답니다. 만나지도 못하고 있는 곳을 향해서 3년을 하루도 안 빠지고 365일 1년에 아무도 안 빠지고 철조망 밑에서 아들 부르면서 우시는게 그래 너무 막이 전부 뭉겨져 가지고 시력이 완전히 갔어요."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자식은 부모를, 부모는 자식을 기억에서 지우게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고, 이는 감정적 폭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제도였습니다.

❓ 꼬꼬무 169회가 던진 질문

  • 누가 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는가?
  • 우리는 왜 이 진실을 지금껏 몰랐는가?
  • 지금도 비슷한 방식으로 소외된 존재는 없는가?

이번 방송은 단순한 과거사 복원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무엇을 기준으로 인간을 바라보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 어딘가에 존재할 수 있는 또 다른 '소록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방송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인권 침해가 일제강점기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센병의 전염력은 매우 낮고 1940년대에 치료약이 개발되었으며, 대부분의 환자들이 완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부는 1960년대까지, 강제 격리는 1970년대까지, 낙태 수술은 1980년대 후반까지 이루어졌습니다. 심지어 단종수술은 1992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이번 회차는 다시 보기로 꼭 다시 보셔야 합니다. 단순한 교양 프로그램을 넘어선,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할 이야기입니다.